불과 며칠 전에 잠깐 사이에 네모돌이가 가출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콧 바람이 들어 자꾸만 문 밖 너머에 관심을 갖더니
누나 구두에 발을 끼고는 계단을 내려가 건물 밖 도로에 서 있더군요.
그날은 다행히 제가 빨리 발견하는 바람에 무사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엉덩이를 몇 대 맞고는 현관문을 꼭꼭 잠궈 놓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학원 다녀온 보라가 집에 들어오고는 현관문 걸기를 잠깐 잊은 모양입니다.
날이 꽤 더워서 열어놓은 창문으로는
길가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오고
네모돌이는 나가서 놀고 싶은가 봅니다.
옥상에서 놀자고 갖가지 놀이감을 올려놨는데
혼자 노는 것은 재미가 없는지
자꾸만 계단 아래로 가고 싶어 하네요.
저녁 준비를 대충 해놓고
보라 공부시키느라 잠깐 보라방에서 문제 풀고 있는 사이에
거실에 있던 네모돌이가 너무 조용해서 가보니
현관문은 열려있고,
신발은 모두 있는데
네모돌이는 없습니다.
이 녀석이 드디어 가출을 하고 말았습니다.
언제 나갔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남편하고 옥상이며
동네 놀이터며 미친년처럼 뛰어 다니며 불렀는데
정말 네모돌이가 없어졌습니다.
혹시 무조건 밖으로내 달린 건 아닐까 싶어
큰 길을 따라 동네 한바퀴를 다 돌았습니다.
역시 안 보이더군요.
집에서 뒹굴던 내복 차림에 맨발로 길을 나선 아이는
누구의 눈에라도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데
워낙에 작은 아이는 쉽게 보이지도 않고,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큰 길을 보고는
제발 저기만 지나지 않았으면……
왜 이름 목걸이는 빼 놨을까
싫어해도 그냥 뒀어야지 하며 제 머리를 쥐어 박고.
보라도 뛰어 내려와
뭔가 도울 일이 없냐고 어른스런 대사를 하네요.
혹 아래층에 아무 곳에나 들어갔나 싶어 뒤져보고
동네 슈퍼도 들여다보고.
아직 밖에서 놀아본 적도 별반 없는 아이라 갈곳도 없고만.
남편이 미아 신고 들어온 게 있나 파출소로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가 찾기 시작한 동안엔 신고가 없었는데
30여분을 헤매는 동안 파출소에 아이가 하나 들어왔다는 연락이 왔어요.
남편은 혼자 가겠다면서
차를 끌고 파출소로 달려가고.
6시 40분 조금 넘어서부터 동네를 뒤졌는데 그때 시간 7시 20분.
파출소에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
남편에게서 연락이 없습니다.
그때부터 별별 불안한 생각이 다 들더군요.
왜 파출소에 혼자 갔을까?
무슨 사고가 생긴걸까?
그때부터 별별 암울한 생각들이 막 부풀더군요.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40분에 전화를 해보니 파출소 앞이라더군요.
그리고 조금 후에 울 네모돌이 맞다. 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 다친데는 없냐니깐 발바닥만 까만 거 빼놓고는 괜찮다네요.
울지도 않고 과자 먹고 앉아 있더랍니다.
순찰차가 아이를 발견해서 데려다 놓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발견했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저 아이를 찾은 것만 좋아서 -.-;;
잠시 후 아빠랑 차를 타고 온 네모돌이.
파출소에서 받은 고깔콘 과자 봉지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저를 보자마자 그제서야 입이 삐죽빼죽 해지면서 눈물이 나나 봅니다.
집에 올라오니 8시 더라구요.
꼬질꼬질한 아이를 씻겨놓고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었습니다.
그 이후 고깔콘 먹어가면서 잘도 놀더군요.
정신이 쏙 빠질 만큼 놀라고,
가슴이 벌렁 거려서 일찍 자자고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요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서
아무래도 소홀했나봅니다.
반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