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독한 것.”

낚시 바늘을 닮은 수술용 바늘이 벌어진 손바닥을 잇는 동안 신음하나 내지 않는 인경을 향해 박여사가 말했다.

외출하고 돌아온 인경이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하고 들어오자 놀라 그 길로 근처 인성병원까지 달려온 길이다.
마취를 할 정도의 길이는 아니지만 자주 사용하는 손바닥이라 쉽게 아물게 하려면 살을 꿰매야 한다는 진단에 마취도 없이 손을 꿰매는 중이다.

바늘이 들어갈 때 마다 인경보다 박여사가 더 아픈 얼굴을 하고 찡그린다.
금방이라도 신음소리를 낼 것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에 눈까지 젖어있다.

“아이구, 독한 것.”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보자마자 외투도 안 입고 지갑만 챙겨 허겁지겁 달려온  놀랜 어미와는 달리 딸은 자신의 시뻘건 속살을 보이는 손바닥을 낯선 시선으로 내려보고 있다.

의사가 눈처럼 하얀 붕대로 꼼꼼히 손바닥을 싸매자 박여사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이 빠져 문 옆에 간이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ꡒ독한 것. 어쩜 생살을 꼬매는 데 눈 하나를 깜짝 안 하니?ꡓ
“안 아파.”

“정말 잘 참으시는데요. 며칠동안 소독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의사가 인경을 향해 친절하게 말을 했다.

“끝난건가요?”

의사의 친절이 무색하게 인경이 얼음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구, 잔정 머리 없기는.”

의사보다 박여사가 먼저 타박을 준다.
어찌나 놀랬는지 박여사는 청심환이라도 사 먹어야 할 판이다.

병원을 나온 모녀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삼월 초입의 아직은 겨울의 냉기가 남은 바람을 박여사는 외투도 없이 온전히 몸으로 막아냈다.
병원으로 뛰어 갈 때는 추운 줄도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고 나니 뼛속까지 시린 기분이다.

딸만 넷을 낳은 박 여사는 한도 많다.
이혼이 귀한 시절에 이혼을 당하고 먹고 사는게 바빠 그나마 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피를 뚝뚝 흘리고 들어선 막내딸을 보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셋째 딸 후경이 갑자기 유학을 가겠다고 했다.
평소 해준 게 없으니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혼자 남은 인경을 생각하자니 억장이 무너진다.

야무진 인경이 기숙사 빈자리가 있는지 열심히 알아봤지만 새학기에 여자 기숙사 자리가 쉬이 빌 리가 없다. 작은 몸 하나 누일 원룸 보증금도 쓸수 있는 돈은 계에 묶여 있고, 현재 수중에 가진 돈으로는 모자란다.


“아이고 내 팔짜야.”

미처 잠그지도 못하고 뛰쳐나갔던 가게문을 열면서 박여사가 난로가로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병원이 그리 멀지 않은 길임에도 마음이 추워서 그런지 더욱 추위가 깊다.

"딸년들이 하나같이 잔정이 없으니, 제 나라 버리고 유학 간다고 하지. 내 팔짜야."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다.

"서방 복 없는 년이 다른 복은 있을라구. 새끼 뒷바라지도 못해서 새끼 버린 아비한테 손 벌리게 하다니 아이구, 내 팔짜야."

딸에게 면목이 없어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라 푸념만 쏟아낸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깊게 내 뱉은 박여사가 억장이 무너지듯 좁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복이 부모 복(福)이라는데, 부모 복 그늘이 백리라는데…… 아이구, 속 터져라."

박여사는 가슴을 쥐어뜯기라도 하는 듯 옷 위로 벅벅 긁어댄다. 거칠고, 흉포하게.

인경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기만 했다. 딱히 해주고 싶은 말도 없고, 말을 하기엔 한낮의 일과에 기력 소모가 너무 컸다.

"그래, 그 여우같은 년은 잘 있더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박여사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미 10년도 더 지났건만……라이터를 켜는 엄마의 손이 분기(憤氣)가 오르는 듯 파르르 떨린다.

좁다란 화장품 가게는 문을 통해 들어온 겨울 바람을 작은 난로 하나가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어."
"그리고?"

담배 연기를 길게 뿜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찾은 듯 한 손은 팔짱을 끼고, 멋들어지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재촉했다.
마치 가게 주인은 인경이고, 박여사는 손님인 것만 같았다.

"그 인간이 돈을 내준대?"
"어."

인경은 진열장에 이쁘게 들어찬 아이 새도우 색상을 보는 척 하며 박여사의 시선을 피했다.

"지도 인간이면 당연히 그래야지. 생떼 같은 새끼를 팽개치고도 여태 벼락 안 맞고 사는 게 용하구만."


박여사의 독기가 난로의 열기보다 더 강하게 인경에게 훅 하니 끼쳐왔다.
인경은 머릿속이 하얗게 빈 냥 진열장만 들여다보았다. 오전의 일은 지나치게 피곤했다. 게다가 박여사의 철철 넘치는 독설도 지금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진열장 안에는 벌써부터 봄을 기다리는지 화사한 분홍빛 계열의 색깔이 눈웃음을 치고 있다. 인경은 꼼꼼히 메이커 별로 색상이 어떻게 다른 지까지 눈 여겨 비교해 보았다. 지금은 박여사와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놈도 봤어?"

목에 걸린 가시 하나!
아내와 네 명의 딸들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게 한 존재.

물을 삼켜도, 밥을 꾸역꾸역 넘겨도 넘어가지 않는 가시처럼 긴 시간이 지나도 가슴의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별별 짓을 다해도 아들을 낳지 못한 박여사의 한(恨)이 뭉쳐진 그 말에 인경은 왠지 콧날이 시큰해졌다.

"어."


찰칵.
벌써 담배 한 가치가 제 몸을 다 불살랐는지, 박여사는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마도 모질고 괴로운 기억 때문에 속에 불화산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경처럼…….

"곧 중학교 갈 나이던가?"
"……글세."
"말 좀 시원하게 해봐, 이것아."

탁!
진열장에 집중하고 있는 인경의 주의를 깨우려 요란한 소리와 박여사의 손이 진열장 창을 때렸다. 뚱한 인경의 대답에 목이 마른 박여사는 버럭 화를 내며 인내심이 끊긴 듯 벌겋게 얼굴이 달아 올라있다.

"여태 화장품 팔아 궁상스럽게 먹고 산 딸년을 10년 만에 본 소감이 뭐래디? 갑자기 돈 달라고 나타나니깐 싫어해? 저도 인간이라면 그럴리는 없겠지. 얼마나 깨가 쏟아지게 살고 있어? 그래 그 아들놈이 맨날 저를 업고 다닌대든? 그깟 아들이 뭐라고 생떼 같은 처자식 다 버리고, 어린 년 꿰어차 사니깐 불로장생이라도 할 것 같다디?
"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독설이 고스란히 인경에게 쏟아져 나왔다.

"아, 몰라."

인경도 왈칵 짜증이 치밀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인사나 하고 가려고 들렀건만 박여사의 독기에 자신의 독까지 보태져 정신이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아무렇게나 팽개쳤던 가방을 챙겨들고 휭 하니 돌아섰다.

"어디가? 얘기 마저 해줘야지?"
“할 얘기 없어.”
“돈은 언제 준대? 어? ”

성마르게 대꾸하곤 가게 문을 소리 나게 열자 세상에 단련된 박여사의 새된 목소리가 채찍처럼 내리쳤다.

새찬 꽃샘바람이 온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래도 박여사의 히스테리보다는 이쪽이 더 나았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재빨리 끼어 들었다.

"이것아, 오늘 서울 올라가야 한다며?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떻해?"

인경의 등 뒤로 습기를 먹은 박여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따라왔다.
길 건너 건물 뒤로 아버지의 자장면 가게의 간판 불빛이 아른하게 깜빡거렸다.

여섯 살 이후로 집을 나간 아버지를 본 것은 거의 10년만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가끔 학교 앞으로 찾아 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인경은 그때마다 못 본 체 했고, 말이라도 걸라치면 낯선 사람인 냥 소리까지 질러 그 후로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지도, 일부러 만나야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이 생기고 말았다. 10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야 할 일이…….

인경이 고등학교 입학 할 무렵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
박여사의 얼굴빛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싶더니 어느 날 집안에 남자의 흔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경은 막내 언니를 따라 서울로 학교를 옮겼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이혼 당한 엄마가 독수공방하며 딸들 뒷바라지만 하다 젊은 세월 다 보내고, 느즈막이 찾아온 사랑이었다. 막을 재간도 없었고, 막을 이유도 빈약했기에 대학에 다니는 막내언니 후경과 함께 서울에서 자취방을 꾸렸다.

그런 후경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꿈인 유학을 가겠다고 말했다.

인경에게 돈이 필요해졌다.
그것도 큰돈이.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받아야 할 것을 받으러 간다는 생각에 인경은 선뜻 아버지에게 전화를 넣었다. 춘천에서 가장 유명한 자장면 가게에 마치 자장면 배달을 청하는 전화를 하듯 인경은 가볍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본 아버지는 폭삭 늙어 있었다.
여름날, 툇마루에서 큰 대접에 석석 비빈 밥을 먹을 때의 건장함 대신에 몸에는 윤기가 빠지고, 어깨도 한층 내려앉은 듯한 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경을 바라보는 눈은 젖어 있었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긴 세월의 서먹서먹함을 누르기 위해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경은 조목조목 적은 메모를 내려놓았다.
지난 13년 동안 인경을 방치한 것에 대한 사례와 아버지가 집을 나감으로 인해서, 인경이 받지 못한 혜택에 대해서 꼼꼼하게 적었다.

"이거 해주세요."

냉기가 도는 태도와 쌀쌀맞은 어투에 보일락말락한 미소를 짓던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덥썩 안기기라도 기대했던가?
인경은 모질게 아버지의 표정을 외면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 필요한 돈이에요. 그걸로 아버지 노릇 다 했다고 셈 쳐드릴께요."

쌍인 원망이…… 쌓인 미움이 아버지의 얼굴을 맞대고 비명을 지르지 않고, 용케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두 번보고 싶지 않으니, 한번에 다해주세요."

잘 벼린 칼날을 아버지의 가슴에 쑤셔 박는 듯한 날카로운 말투였다.
인경은 그동안 얼마나 호위호식 하고 살았는지 한번 보자는 투로 집안을 경멸스런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인경과 후경이 살던 좁다란 집보다 몇 배나 더 큰 그 집은 바깥의 냉기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살았구나.
우리 네 자매와 엄마를 버리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었구나.
해묵은 분노가 꾸역꾸역 치밀고 올라왔다.

벽에 걸린 가족 사진에 태권도 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거창한 폼을 잡고 서 있다.

인경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날이 섰다.
저 아이 때문에 우리를 버린 거다.
저 아이 때문에…… 인경은 유년시절을 잃어 버렸다.

"너무 많아요? 그 잘난 고추도 못 달고 나온 딸년한테 주기엔 아까워요? "

뭔가 할말이 많은 눈으로 아버지가 인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인경은 그 할말을 알고 싶지 않았다. 목적만 이루어지면 단박에 이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인경이 누려야 할 것을 모두 빼앗은 저 아이를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그럼 왜요? 가게 잘 된다면서요?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면서요? 그런데 왜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짜증이 났다.
궁상맞은 자신의 처지에 짜증이 났다.

밖의 찬바람마저 들어오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맞춘 이중 샤시, 그리고 훈훈하게 채운 집안의 온기. 베란다에 서있는 러닝머신과 각종 화초들. 얼마나 잘 먹고 편안하게 살아 왔는지 집안 곳곳에 배여 있었다.

"해 주실 거에요? 말 거에요? "

마치 빚 받으러 온 냥 인경이 말했다.
빨리 이 집을 나가고 싶어서 10년 만에 만난 아버지를 닦달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속내를 보이지 못한 아버지가 입을 다물었고, 패악을 떨고 싶은 인경은 가까스로 자제했다.
호흡이 목까지 차 올랐다.
가슴을 들썩이며 인경은 숨을 몰아쉬었다.

쇳소리가 덜커덕 거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찬 바람과 함께 그 여자가 들어왔다.

"어, 인경이 벌써 와 있네."

한쪽 뺨에 보조개가 깊이 들어간 그녀는 태권도 복을 입은 아이의 엄마다.
그리고 인경의 아버지를 빼앗고, 엄마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여자다.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선 여자는 화알짝 웃는다.
여전히 눈물 날 만큼 이쁜 여자는 늙은 아버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생기 있어 보인다. 온실 속에서 좋은 흙과 양분을 먹고 보호 받고 지낸 듯…….

"태성아, 누나야. 인경이 누나. 인사해."

여자의 뒤쪽에 털모자를 쓴 사내아이가 검은 봉지를 들고 서 있다.
여자를 닮아 보조개가 들어간 사내아이는 인경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당신은 차라도 내주지 않고 뭐 했어요? 얼른, 점심 차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다정하게 말한 여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들어와 주방으로 사라졌다.
까만 봉지를 꼬옥 쥔 남자아이가 주뼛거리며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이거, 드세요."

낯선 사람에 대한 거리낌도 없이 잘도 친근하게 웃으며 손에 든 봉지를 인경 쪽으로 쭈욱 내밀었다. 귤 냄새가 훅하고 끼쳐왔다.

"누나, 공부 잘 한다면서요? 서울에 좋은 대학 합격하셨다고 엄마한테 들었어요."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
여전히 눈물날 만큼 이쁜 미스 김 언니.
그리고 털모자를 쓴 키가 성큼 큰 남자아이.

목을 치고 올라온 짜증을 기어코 내리 누르지 못하고 폭발했다.

"누나? 언제 봤다고 누나야?"

옆으로 성큼 다가온 사내아이를 피하려 저도 모르게 팔을 휘둘렀다.

투둑, 투두두둑.
까만 비닐 봉지에 담겨 있던 귤이 정신 없이 바닥에 흩어졌다.
살가운 표정을 하던 사내아이도, 짜증스러워 골이 난 인경도,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아버지도, 주방에서 부산스럽게 음식 준비를 하던 여자도 놀란 듯 바닥에 떨어진 귤을 쳐다보았다.

"얘는, 조심하지 않구."

마치 잘못은 사내아이에게 있다는 듯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여자가 귤을 줍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가거라. 갈 때 통장을 내주마."

폭삭 삭아버린 아버지가 인경에게 한 말이었다.

“그만 둬.”

무언가 안에서 툭 끊어져 버렸다.

인경은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고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짜장면 한 그릇 배달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수백 번도 더 일렀는데, 내 가족을 부수고 새로이 만든 가족사진이 심장을 갈가리 찢었다.

쨍강.
바닥에 팽개친 액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진 유리를 토해냈다.

“점심을 먹으라고?”

뿌옇게 차오른 눈물로 눈앞이 흐려졌다.

“자장면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 그런 나한테 점심을 먹고 가라고?”

인경은 발치로 날라 온 유리조각을 주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주먹 안에 꽉 잡은 유리가 살을 찔러왔다.

“인경아.”

뒤쪽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여자가 보호하도 하려는 듯 꼬마녀석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인경의 이름을 불렀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 모습에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손바닥을 찌르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점점 더 깊게 배여 왔다.

뚝.
시뻘건 선혈이 온기가 잘 도는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가지고 가거라.”

뭔가 할말이 많은 듯한 시선으로 인경을 쳐다보던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