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너른 집은 동네에서 가장 예쁜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사계절 내내 마당엔 무언가가 항상 그 계절을 알리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른 봄에 누구보다 먼저 피어난 동백꽃이라거나, 여름이 올 무렵 빨갛게 달리는 키 작은 앵두나무거나, 가을 끝 무렵 까치들을 위한 감을 남겨두는 감나무라던가. 추운 겨울엔 크리스마스 트리를 대신할 만한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까지.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멋들어진 넓고 예쁜 정원은 동네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았다.
그리고 한 켠으로는 부지런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한쪽에 정성 들여 키워놓은 작은 텃밪은 상추도 토마토도 쑥쑥 자라났다. 마당 한가운데 평상에는 여름 내내 옥수수며 감자며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는 또 하나의 사랑방이었다.
꽤나 너른 평상을 직접 만든 이집의 주인은 시내에 고급진 중식당을 운영하는 말수가 적은 남자였다. 쉬는 날이면 집을 손질하고 청소를 했다.
볕이 잘 드는 마당 너른 집은 식구도 많았다.
집 주인의 모친인 할머니가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아들 내외에는 딸이 넷이 있다. ㄷ 자 모양의 그 집은 볕이 잘 드는 남향으로 넓은 마루를 기준으로 양쪽 마주보는 방이 커다랗게 있고 한쪽은 주방과 다른 한쪽은 쪽마루를 따라 방들이 이어져 있다.
일곱 식구가 살기에 넉넉하지도 빠듯하지도 않게 딱 적당한 집이었다.
마당 너른 그 집의 딸들은 마을 소문의 중심지였다.
딸만 내리 넷을 낳아 그 집 할머니가 딸년들은 쓸모가 없다는 욕설이 가끔씩 담을 넘어 이웃까지 들려오기도 했다.
할머니 인생에 가장 큰 자랑이 집 주인인 아들을 낳고 키운 것이라 이웃 사람들은 가끔씩 할머니의 어깃장을 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딸만 내리 넷을 낳은 손끝이 야무진 며느리 옥자씨를 보면 또 할머니의 요란스러운 욕설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집 할머니의 속내야 어떻든 동네 사람들에게 마당 너른 그 집의 딸들이 시샘의 대상이었다.
첫째 딸 효경은 부모에게 효도 잘하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 했다. 엄마를 많이 닮았다. 다소곳이 걷는 걸음새나 이웃 어른을 만났을 때 인사하는 바른 마음가짐이 부잣집 맏며느리로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교대에 합격했다고 하니 직업도 썩 마음에 들어 동네 어른들은 은근쓸쩍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둘째 딸 주경은 동네 남정네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미인이었다. 주역에서 따와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이름의 주경은 특유의 활달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할 때면 사람들마다 기분 좋은 웃음지게 하였다.
언니와 다르게 화려한 얼굴이다 싶더니 열 아홉에 남들 다 하는 대학 준비는 하지 않고 미스춘향 대회에 나가버렸다. 안 그래도 동네 남정네들의 시선을 한껏 받았던 주경은 이제 전국 남정네들의 시선을 받을 지경이 되었다.
미스 춘향에 나가 무려 숙 에 당선되어 진선미와 함께 찍힌 사진이 신문에 실리게 되었다.
이제껏 큰 소문 없던 마을에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쾌나 오랫동안 회자되는 소문이 되었다. 그리고 주경 역시 결혼 적령기에 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셋째 딸 서경은 사서삼경중 서경으로 몸가짐이 꼭 문서와 같이 단정하고 똑 부러졌다. 이름따라 행실도 그리 변한 것인지 야물딱졌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을 저도 다 자라지 않은 주제에 어찌나 잘 챙기는지 마을 사람들은 저절로 칭찬을 했다.
게다가 똘똘하기까지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을 누르고 반장과 회장을 도맡았다. 학교 선생님들은 서경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박사가 될 거라는 소문이 일찍부터 꼬리를 달았다. 탐나는 인재였다.
넷째딸 인경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아들을 낳아보고자 늦둥이로 낳은 아이다. 그러나 그 집 부부에겐 불행하게도 또 딸이었다. 사서삼경에서 따온 언니들 이름과는 달리 많이 참았다 하여 인경이라 붙여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딸이라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덩치가 남달랐다. 무엇을 먹였는지 쭉쭉 자라나 동네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게다가 그 집 주인을 닮은 얼굴도 그렇고, 특히나 넓고 동그란 이마는 어찌나 잘 생겼는지 동네 어른들은 인경을 볼 때마다 복 받을 이마라면서 칭찬을 했다.
부녀가 같이 지날 때마다 그 집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들이 아버지를 똑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하기도 했다.
또래 남자아이들과 싸움이 날 때면 절대 밀리지 않았으며 거칠게 주먹을 휘둘려 진짜 꼬추를 달고 나온 것이 아닌가 확인을 해봐야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래 아들 가진 집에선 꽤나 분통을 터뜨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비록 아들은 없었지만 동네에선 가장 부러운 집이 마당 너른 바로 그 집이었다. 살림솜씨 야무진 아내와 사업 잘하는 바깥양반 그리고 그 집 딸 들은 차고 넘쳐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다 가진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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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오래된거짓말 단편을 만들었을때 인경은 강인경이었습니다.
그런 강인경이 조인경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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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9047 / 9047 등록일 : 2002년 04월 13일 12:50
등록자 : ASOKIRA 조 회 : 3 건
제 목 : [kira] 단편의 맛이란 ..
피용님 ..
단편이라는 것은
정말 깔끔하면서도 ..
여운이 많이 남아서 좋은게 아닐까요 ..
길고 한숨에 읽히는것도 좋지만 ..
짧지만 아련하게 남는것도 좋은것 같아요 ..
피용님 ..
강인경 보다는 조인경이 이뿌지 않을까요 ....
인경이 이야기도 기다리겠슴다 ..
날씨 맑은날 대학로가서 돌까와 같은 단골 가페 하나 마련해야 겠어요 ...
조씨에 미련 많은 키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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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조인경이 되었습니다.
이전 피노키오꿈에서 인경의 셋째 언니 이름은 후경이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긴 시간이 흐른 만큼 인경의 언니들 캐릭터가 좀더 풍성해졌습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
첫 스따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