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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서 명 :  박민지 단편집
 저 자 명 :   박민지/꿈집
 출 판 사 :   러비더비
 정    가 :   3,000원
 발 행 일 :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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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세현 또한 부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자 세현을 버린 남자.
그토록 세현이 필요로 할 때는 매정하게 돌아서서 가버린 남자 정우…….

세현은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처절하게 버림받고 동해안의 아주 외진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옛 추억의 망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잊었다고 생각한 정우가 세현을 찾아온다. 옛날 둘만이 약속한 그 이름 ‘오션블루’라는 카페로…….

정우를 10년 동안 증오하며 살아온 세현은 갑작스런 정우와의 만남으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맛보기>

“……내가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낮게 중얼거리는 그의 단정한 입술을 세현은 잘라내 버리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그렇게 사랑했던 선이 뚜렷한 그 입술을 찢어버리고, 서른다섯이 되어도 풍성하고 숱이 많은 진갈색 머리카락도 죄다 뽑아버리고, 약간 마른 듯하지만 여전히 수려한 그 얼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는 저 곧은 콧날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는 대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번 팽그르르 돌아보였다.

“고마워. 이렇게 비가 올 때는 말도 못하게 쑤시고 아직도 조금은 절뚝거리지만 그래도 멀쩡히 붙어 있는데다 목발도 쓰지 않으니 네 말처럼 보기엔 그럭저럭 괜찮지.”

짙은 검은색의 플레어 벨벳 스커트가 우아한 선을 그리며 퍼지는 것을 정우는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망설이는 듯한 어색함, 그러나 짙고 어두운 욕망과 감탄이 그의 눈 속에서 함께 헝클어졌다.

그의 취향은 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나 보다. 멈춰 선 세현은 정우가 늘 얼굴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던 붉고 작은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그는 늘 짧은 미니스커트보다는 길고 부드러운 천의 스커트를 더 좋아했었다. 드러난 다리의 선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감춰진 것을 상상하는 은밀함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정우의 취향을 잊지 못하던 것이 평소에는 지겨웠지만 오늘만은 감사할 일이었다.

“넌…… 여전히 아름다워.”

십 년 전이라면 잘 그을은 갈색 뺨을 가볍게 물들이며 하는 저 말을 그대로 믿었을 테지.

“며칠만 있으면 서른여섯이 되는 여자에겐 과분한 칭찬이네.”

세현은 생글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천천히 피아노 앞까지 걸었다.

“그렇지만 부끄러워하지는 않을래. 그런 빈말은 많이 들었거든. 아이도 낳지 않은 팽팽한 몸에다 죽을 때까지 쓸 만큼 돈도 갖고 있으니 남들은 꽤 멋진 싱글로 보더라고. 어때? 스물다섯 그 때보다는 오히려 더 나아보이지 않아? 어리석음과 비참함으로 범벅이 되어서 자기를 버리려하는 남자에게 매달리던 그 어린애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지?”

- 본문 내용 중에서 -


*본 박민지 님의 단편 모음 전자책 수익금 일체는 박민지 작가님께서 활동하시는 꿈집 사이트에서 후원하는 불우이웃돕기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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