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어제 딸내미에게 혼난 엄마에 이어서..;;
제가 미처 버리지못한 하찮은 케첩튜브때문에 네살배기 딸내미에게 혼이 났었다고 말씀드렸지요, 아마..(아마는 무슨 아마, 바로 어제인데. 가증스럽다)
근데 문제의 그 딸내미에게 감격해버린 사건이 다른날도 아닌 바로 어제 또 일어났다 이 말씀이지요,네..
그 날과 마찬가지로 어제도 유치원에서 녀석을 데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처량하게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따라 늘상 식사를 하고오던 신랑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전화를 하더군요.(아, 성질나. 날도 궂은데 먹고 좀 오지-일주일에 한번 집에서 밥을 먹을까말까한 신랑이지만 오히려 맨날 먹는것보다 더 신경이 쓰인답니다.- 왠지 미안하군.ㅡㅡ;)
그래서 비교적 깨끗하게 널려져 있는 이부자리를 무시하고(금방 깐것처럼 보여서..;;) 밥을 짓고, 몇가지 찬을 만들며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건만..
퇴근하여 독수리의 그것과 같은 눈초리로 집안을 둘러보던 신랑왈, "야. 너 이불 또 안 갰지?"라며 비난을 하더군요.(예리한 놈. 내눈에는 암만 봐도 방금 깐것처럼 보이는데..)
약 0.5초동안 강력하게 부인을 할까, 화를 낼까 고민하고 있은데, 너무나도 낭랑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에요.
"아냐. 아빠. 아침에 내가 늦게 일어나서 엄마가 이불 못 갠거야."
샤랄랄랄라~
순간 지난주의 그 작은악마가 달콤한 분홍빛천사가 되어, 저의 얼어붙은 마음을 눈녹듯 녹이고 말았답니다.(지난주부터 녀석에게 삐져있었다는 말은 차마..ㅡㅡ;;)
아아.. 우리 딸. 정말 너무너무 착하고 예쁘지 않나요?
곤경에 처한 엄마를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그 모습이란..
하루종일 떨어져있어 제대로 된 엄마의 가르침도 못받았건만,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우러나왔을까요?
신랑에게 어떻게 넌 딸보다 못하다는 말을 뒤이어 듣긴 했습니다만, 안좋은 소리는 귓전으로 흘리는 평소답게 가볍게 무시해 버리고, 귀여운 우리 딸내미를 쪽쪽 빨며 저녁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답니다.^^
이 맛에 자식을 키우나봐요. 훗훗.^^
딸내미 자랑을 더 하고 싶지만 다영이와 새송이버섯땜에 마음상하신 마이니님의 속이 뒤집어질까봐 이만 마쳐야겠습니다.
날은 구리구리하지만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저는 오늘 조퇴하여 주명이를 데리고 치과에 갑니다.
제발 울거나 땡깡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