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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서 명 :   수수께끼 풀기[출판본]
♣ 저 자 명 :   최은영
♣ 출 판 사 :   러비더비
♣ 발 행 일 :   2005-10-24    
♣ 정    가 :   3,000원  

  




♣ 줄거리

너무도 전형적인 패턴인 듯 보이는 남주와 여주!
그러나 절대적으로 그들은 전형적인 로맨스를 거부합니다.
이준 - 대한민국 최대 금융권의 통치자의 뒷모습과 보라색의 양아치인 앞모습을 가졌습니다.
지연 - 내 가난은 일시적인 것이지 결코 내 미래가 아니다. 태양속에 사는 여자 그녀가 지연입니다.
그런 남자와 여자가 돈으로 일단은 시작했습니다.

[맛보기]

모든 악몽은 예고편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먹이를 덮치는 맹수처럼 지금까지 편안한 자세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이준이 한 손으로 지연의 허리를 잡아채고 다른 한 손으로 지연의 머리를 잡고는 능숙하게 입술을 부딪쳐왔다.

놀라 벌어진 입술을 살짝 깨물어 도발을 하더니, 대범하게 침입한 이물질은 지연의 혀를 살짝 희롱하며 장난을 했다. 영토 주장을 하는 정복자처럼 거칠 것이 없다. 윗니를 쓸어내린 이물질은 다시 지연의 혀를 옭아맸다.

자신의 입 속을 또다시 대담하게 침범한 이물질 때문에 지연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예측 불가능한 이준의 행동과 모욕감과 황당함에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버렸다. 너무 놀라면 뇌 활동이 정지된다고 했던가?

키스를 당하는 지연의 크게 뜬 눈을 창 밖에서 여과 없이 들어온 환한 햇살이 찔러댄다. 눈이 아프다고 생각한 순간 남자의 입술은 올 때처럼 갑작스럽게 물러갔다. 아득해진 정신 뒤로 들려오는 환호성과 자신의 귓불 가까이에 숨결을 불어 넣으며 말을 건네는 이준의 낮고도 유혹적인 목소리.

“이건 뭐지? 파는 게 아니라면…… 사은품인가?”
일부러 약을 올리려는 듯 빙글 돌리는 말투.

이준은 아직도 팔 안에 품고 있는 지연의 어깨 뒤로 그들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아줌마 부대를 향해 한 손을 들어 올려 답례까지 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팔 안에 잡힌 지연의 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연은 약이 올라 죽을 것만 같았다. 어제 뒤통수에 대고 경고했던 대로 경찰을 부르든가, 속이 시원해지는 분풀이 방법을 생각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지연은 반격하지 않았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준은 그 눈빛 속에서 죽어버리라는 지연의 저주를 읽어냈다. 이준은 지연의 허리를 풀고 있던 팔을 풀었다. 더위라면 질색을 하는 이준이지만 잠깐 동안 자신의 팔 위로 느껴지던 그 온기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커피 갖다 줘.”

이준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주문까지 했다. 지연의 마음속에서 들끓는 화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래봐야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지연을 쳐다보았다. 이준은 지연의 반응을 기다렸다.

조금만 더 해줘. 나를 심심하지 않게 조금만 더 자극해봐.
반짝이는 눈빛을 숨기려 하지 않은 채 이준은 노골적으로 지연의 다음 반응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지연은 유치한 보복을 가해 남자에게 승리감을 안겨줄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배가 이렇게 고프지만 않았더라도 단숨에 정강이라도 걷어 차 주었거나, 메뉴판으로 머리통을 때렸을지도 모른다.
지연은 이준의 탁자에 있던 메뉴판을 챙긴 후 이준의 뒤를 당연히 따라 들어온 그 보디가드의 자리를 향해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걸어갔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지연의 손끝은 가늘게 떨려왔다.

지연은 그 남자의 테이블로 최대한 가까이 가서 메뉴판을 내려놓으면서, 어색하지만 대담한 몸짓으로 남자를 향해 넘어지는 척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지연은 남자의 입술을 향해 질끈 눈을 감고 자신의 입술을 눌렀다. 방금 이준과 나눈 농밀한 딥 키스는 아니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충격을 줄 정도로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저 양아치보다는 이 남자가 더 마음에 들기도 했으니 나쁠 것도 없었다. 어떤 느낌도, 아무 감각도 없었지만 지연은 무모할 정도로 찬혁을 붙들었다.

당황한 찬혁의 재빠른 순발력에 의해 지연의 입술은 찬혁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어쨌든 목적 달성은 한 것이다.
이겼다!
심장은 무섭게 뛰고 있었지만 승리감이 몸 안 깊숙한 곳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지연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뭐, 뭡니까?”
찬혁의 당황한 시선을 무시하며 지연은 큰 소리로 웃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되도록 태연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위해 조금은 크게 말했다. 한번 출연한 연극 무대였기에 이번엔 두려울 것도 없었다. 관객 공포증은 의외로 쉽게 사라졌다.

“아, 죄송합니다. 어제는 제가 깜빡 잊었는데요. 사. 은. 품. 입니다.”
지연은 가쁜 호흡을 감추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고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하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준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메뉴판을 꼭 끌어안은 채 바닥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껏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 대견할 정도로 전신에 기운이 빠져나간 듯 무너졌다.

그때 거칠게 긁히는 테이블 소리와 유리잔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쨍그랑! 바닥에 부딪치는 파열음은 긴장으로 고조된 침묵을 깨부수었다.

“여기 사은품이 아주 특이하고 좋군! 장사가 제법 되겠어.”
사장을 향해 또박또박 잇새로 말을 내뱉는 이준의 거친 목소리. 그 뒤로 문이 열리고 여운을 흘리며 종소리가 딸랑거렸다.

- 본문 내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