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추운데, 쭈영이 은행을 다녀왔나보다.

난, 그저 오늘 입금해라..... 란 소리만 했는데,
그 편한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다 해결되는 이체를 놔두고
쭈영이 이 추운날 외출을 했었나보다.

쭈영이 올린 공지를 보니, 가슴이 울컥거린다.
아마도 영수증을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나갔던게 아닌가 싶다.

세상이, 자기 밥그릇 차지하기 위해 쌈박질도 하고,
남을 모함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삭막한 곳으로 변해가는데,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해낸것이 너무나 대견했다.

그리고 꿈집 식구들이 참으로 기특했다.




꿈집이 문을 연지 일주년이 되었을때, 사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저 충동적으로 약 일주일을 두고, 단편 하나씩 써와!!!! 라는 말에
큰언니 명령이라고 어쩔수 없이 돌아서서 꿍시렁 거리면서도
작가들이 단편을 하나씩 들고왔다.


처음엔 그저, 꿈집에

(연재 속도 극악하기로 유명하고, 독자 혼자 알아서 놀고가야 하는 이상한 싸이트)

오는 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져온 단편들을 보니 욕심이 생겼다.

어쩌면 꼭 저를 닮은 글을 써왔는지....
자꾸 웃음이 나고, 어여뻐서 자꾸만 쓰다듬어 보게 되더라.



정말 뜬금없이 "이북 하자" 라고 했다.
얼마가 나올지 모르지만, 뜻 깊게 한번 써보자... 라고 했더니
아무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부끄럼도 무릅쓰고 묵묵히 긍정해 주었다.


생각보다 이북 인세가 너무 적게 나왔다.
좋은 일 해보자, 라는 생각이 너무 앞서
돈을 주고 사야하는 독자쪽에 대한 배려는 깊지 못했나보다.


막상 연말이 되어서
그리 크지 않은 돈을 들고, 보태고 싶은 곳을 찾아보니
아는 곳이 없더라.

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정작 도우려고 하자, 도움 줄 만한 곳을 못찾으니 이 어찌 바보같지 않냐.

인터넷을 뒤적거려봐도 알수가 없었다.
이곳이 정말 필요한 곳인지, 아닌지..등등.


머리속에서 맴맴 도는 곳이 있었다.
예전에 김국진 김용만이 진행했던 <칭찬합시다> 에 나오셨던 분인데
아주 선한 얼굴의 아주머니가 버려진 할머니들을 모셔다 돌봐 주시는 곳이었다.
아주머니도 몸이 편치 않아 내내 아팠지만
살아있는 부처같은 얼굴로 내내 웃음 짓던 분이었다.

칭찬합시다를 뒤져보니.. 나오는게 없다.

그 다음에 떠 오른 곳이 바로 민들레 국수집이었다.
방송에서 언뜻 보던 그 분의 선한 얼굴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방금 다시 찾아보니, 이런 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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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신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2월 16일 - 4월 15일까지>
후원금 : (2/16일-4/15일까지의 후원금 합계:60,175,689원)
후원 물품 :


(상세한 내용은 www.cyworld.com/syepete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봉사해 주신 분들 : 오재환 바오로 형제님의 두 따님, 아가다 자매님, 김혜순 권사님과 따님, 최양 자매님, 현대아파트 자매님들, 장인경님, 김지연님, 예쁜 딸, 지원이 엄마
* 민들레 국수집의 생명수인 정수기는 박소피아 선생님께서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 후원받은 쌀 약 3,120킬로(156포) 중에 2,800킬로(140포)는 더 필요한 곳으로 나누었습니다.
◎ 익명으로 요구르트를 매일 보내주시는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방송의 힘이란건 어마어마해서,
방송 이후에 많은 후원을 받으셨나보다.

특히 저 글귀 중에서 더 필요한 곳으로 나누었다는 말에 목이 매여왔다.
우리는 그냥 앉아서 적당히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너무 쉽게 보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화끈 얼굴이 달아오르고 챙피해졌다.

내년엔, 더 필요한 곳을 우리가 직접 찾아봐야겠다.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얼굴에 삶이 드러난다고 했다.
선하고, 살아있는 부처라고 해도 될 만큼 웃는 얼굴을 한 그분들 얼굴이 자꾸 생각난다.



처음 낯 간지럽게 팬 카페를 만들었다는 전화를 하던 앨언니 덕분에
여기 꿈집까지 왔다.
함께 해주겠다고 이사짐 꾸려서 따라와준 나영, 탱볼, 마이니 에게 많이 고맙다.
그리고 고구마파 식구들은 물론이고. (도대체 몇군데를 옮기며 따라오셨는지...-.-;;)

이 싸람들아, 모옵시 싸랑한다.


곧 있을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위해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그런데....  탱볼이 몸이 또 안좋다.
어쩌면 조만간에 또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단다.

이번엔..분량도 늘리라고 엄명을 했는데,
막상 시일이 다가오자 탱볼의 몸이 안좋기도 하고
집안일에 치이는 마이니도 걱정이 좀 된다.

투잡인 나영은 단편을 위해 또 밤을 새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크리스마스에는 썰렁한 선물 밖에 준비 못할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착한 꿈집 사람들에게, 봐주세욤... 이라고 애교를 떨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사실 내 일기장이라고 코너를 맡았지만,
     내 개인적인 주장, 생각, 속마음은 되도록 쓰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천* 에서 솔직하게 썼다가 거하게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솔직하게 내 생각과 주장과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고 해서
    그게 순수하게 100% 전해지는게 아니더라.
    때로는 그게 비꼼이 되고, 비아냥이 되고, 각색이 되어서 내게로 돌아오더라.

    어떤 자리에서 그 사람을 본 일이 있어서 봤는데,
    너무나 선한 얼굴을 하고 거리낌없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오랜만에 마음의 대문 반쪽 열고 떠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