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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서 명 :   플러스 1,2 권[출판본]
♣ 저 자 명 :   최은영
♣ 출 판 사 :   러비더비
♣ 발 행 일 :   2005-10-24    
♣ 정    가 :   각 권... 3,000원  
  


♣ 줄거리

누가 지금의 우리의 삶을 어설픈 소꿉장난으로 치부한단 말인가?
이준과 지연
그들의 삶에 장난 같은 운명이 찾아옵니다.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저주 같은 현실에 이제는 서로가 한 몸이라 생각하는
이준과 지연이 웃으며 맞서기로 합니다.

[맛보기]

“마음에 들더냐? 5월 중으로 날을 잡을 거다.”
탁한 목소리로 황 회장이 말을 꺼내자 이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정액을 드리죠!”
오래 전 정관 수술을 하기 전에 냉동시켜놓은 정액.
이준은 거래를 제안했다. 서 푼어치의 값어치만 존재하는 정액 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어차피 씨받이인데 정액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서민철은 차를 따르다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무나 신랄한 이준의 말에 재빨리 황 회장의 얼굴을 살핀다. 그러나 이준과 마찬가지로 황 회장의 살짝 찌푸려졌던 미간은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치 맹수 두 마리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견제하듯이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랫동안 운동으로 다져지고 무신경으로 훈련을 받은 서민철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긴장감에 튕겨 나올지도 모를 그런 분위기였다.

“안 된다. 민 사장은 가볍게 무시해도 될 사람이 아니야.”
“그럼 영감이 다시 힘을 쓰든가?”

비아냥대는 이준의 무례한 말에 호흡을 놓친 서민철이 그만 손끝에 긴장감을 잃었다. 다관과 찻잔이 부딪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늘상 부자끼리의 대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거친 말들이 오고가지만 지금 이준의 말은 모욕에 가까웠다.

“그러기엔 너무 늙었구나. 힘이야 젊은 네가 쓰는 게 더 좋지! 그래야 제대로 된 후계자를 만들 것이 아니냐?”
이준이 날린 화살을 황 회장은 근사하게 막아냈다. 오랜 세월 닳고 닳은 정치인을 상대하며 다져온 경륜이 황 회장의 이성을 다잡고 있었다.

“그럼 강요가 아니라 부탁을 하셔야지?”
이준은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황 회장을 은근히 비아냥거렸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오만과 배짱으로 뭉친 젊은 시절 황 회장의 미소가 황 회장에게 되돌려지고 있었다.

“이름이 뭐라더라? 지연이라고 했던가? 그만큼 데리고 놀았으면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더냐?”
순간 이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놓칠 뻔한 자제심을 애써 끌어 모은다. 무관심한 체하면서 이준의 하나하나까지 전부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있던 황 회장은 아주 찰나이긴 하지만 그런 이준의 반응을 눈치 채고는 자신이 잡은 패가 성공하였음을 감지했다. 이 게임에서 승자는 황 회장이 될 터였다. 이 패를 성공으로 몰아가기 위해 일부러 삼 년이란 시간 동안 이준을 방치해둔 황 회장이었다.

이제 곧 황 회장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자신과 똑같은 오만한 눈빛과 자신감으로 대적하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 이준을 통해서.

“절 건드리지 마십시오! 이건 경고입니다.”
히죽거리던 미소마저 사라져버린 채 이준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황 회장의 늙은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너만 빨리 결정을 내린다면…….”

- 본문 내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