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리뷰] 한수영(탱탱볼)님의 "범이설(4권)"

 

 

『 연약하되 강하니 그가 그 안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설."

소천, 그녀의 남편. 거칠어 어두운 눈빛마저도 가슴 저리게 소중했다.

"이렇게 항시……."

"묶여 있어요. 그날부터."

...구장의 매듭으로서 얻은 그녀였다.

 

무지개라 여겨 멀던 것 이제는 그녀 손에 휘감겨 있었다.

"나 또한 묶였다. 심장의 뿌리부터 온전히."

                               "철저히 네게만."  / ... 이설 & 범산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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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 없을 거예요."

"강심장이로군. 그런 일을 겪고도."

"소천께서 계시니까요. 그러니 저는 안온해요."

대오였다. 범산을 내리친 것은. 이 순간만큼은 청원서 이중깁도 사소했다. 자신은 그런 사내였다. 아내가 설령 살인을 하였다 해도 그보다 더한 죄를 지었다 해도 용서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김싸고 덮기까지 할 터였다. 다만 자신을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외는 무엇이든 용납할 수 있었다. 아내는 그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벌을 받는 것 같다."

 "무슨……."

 "네가 좇던 무지개 , 비웃었잖나."

 

 "이 안에서 피가 도는 한, 넌 내 왼편에 있어야 하고."

하나의 하나. 이보다 아름다운 시구는 없었다.

 "그 후에는요?"

"그때도 역시 나의 왼편."

"그 외엔 어디로든 안돼. 알겠나?" / "예. 그럼요."』 ... 이설 & 범산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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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설은 범산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 그 안에 떨림이 있었다. 육신의 것이 아니라 정신의 파동, 뵈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인데 그녀에게는 이미 극명한 실체였다.

"내 온 혼으로, 백으로 사랑한다."

혼(魂), 넋. 백(魄), 몸. 범산이 내어 준 마음은 커다랬다. 이제 그의 모든 심지(心地)가 이설 제게 열렸다.

...

"내 답, 너무 늦었나?"

...

 "바른 답인가?"

"제게 있어."

"소천이라 제 지아비라 여긴 뒤로 제게 후작님은 옳고 그름이 아니어요. 제 지닌 꽃에게 유일한 빛이어서 고개 비틀어 바라볼 뿐이지요."

 "……."

 "일각(一覺). 범산은 거듭 깨달았다. 이설이 곧 진리였다. 그에게도 아내는 그런 존재였다. 』/ ... 범산&이설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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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뒤로 처마 끝에서 돋는 물이

 푹 팬 흙 위로 누렇게 흘러 지나서

실개울로 섞였다가 개여울이 되었다

굽이굽이 강물 따라 맑은 빛을 찾아

천길만길 폭포 끝에 다다를 무렵엔

 돌도 깨뜨릴 강한 힘을 지니어서는

 무쇠도 바위도 두렴 없이 치고 달려

 또 다른 소나기 되어 하늘을 치누나』

                                       / ... 제 40장. 만개(滿開) 中 (p.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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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언(解言)』이 『해원(解願)』으로

 『회도(回桃)』에서 『도회(桃回)』가 되어 돌아오다.

 

말을 풀으려 했는데, 어언간 잊혀졌던 소망을 풀어내게 되고

봄빛에 고운 내 도화빛 임 제게 돌아왔다 예서 안온히 쉬라 하려 하니

아직 이른 때이오,

 살별.. 눈물별.. 설움별.. 여린 이에게 움 트려 좇기전에 발맘발맘 도화빛 임 발걸음을 다시 재촉하는구나.

 

산(山)과 같아, 자분히... 

 사랑을 모른다, 우선은... 무지개 뒤를 그리 따르는 걸로 괜찮다 했던 이.

설(雪)과 같아, 조용히도...

 사랑을 알아, 지금은... 제 무지개 안에 이리 머무는 걸로 충분하다 했던 이...이제는,

 

간절히... 연리(連理)가 되기를...

기꺼이... 비익(比翼)이 될 수 있기를...

 

 서로가 다름없이 원하게 되었으니,

 한 굽이에서 어느덧 네 굽이 넘어와 찬연히도 마주하게 되는 걸 지켜보던 이... 참으로 감읍할 따름.

 

달이 뜨면 해가 지거니

해가 뜨면 달이 지거니

이러든 저러든 그니들은 '하나에 또 하나'인게요.

보는 이는, 분명 그리 믿소.

 

구슬만  비단 서말을 꿰야 보배이리까...

단어 하나하나가 만나니 그니들의 소리 담은 구절(句節)이 되고

구구절절 모이고모인 언(言) 속에 소리들은 사연이 되어

그 사연들이 날실씨실 얽혀 뜻(의/意)으로 새겨져 나타나리니... 감히 빌어보려오.

 

4권 말미에 '이별가' 알지 못한다 의연히 대신이려니,

 이설의 범산을 향해 또 저를 위해 부르던 그 마음자락처럼 이루어지기를...

 

한 생애에 세 이름을 지니게 된 후부인 마님~

 이내 마음 임의 마음,

이심(以心)이 전심(傳心)이어요...

 

하오니, 저를 알아 뉘를 알아 매양 홧홧한 불칼 삼킨 장부여,

제 눈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 잡아챈 한 겨울에 피는 노랑봄 아씨 항시 춥지 않게

현의 햇귀 자락 바지런히 잘라 비추고 보듬어 주기를...

하여, 오롯이 한 곁에서 만개하다 꽃 지면 열매 맺고 열매 지면 그예 그대를 위한 철심지란이 되어... 또 그렇게 피어올라... 돌고도을 원(圓)

  

승냥이는 승냥이답게... 이덫 저덫 칼탕이라 야멸치게, 바투잡혀, 낚아채져,

그럼에도 눈먼 욕심에 아귀다툼 이생저생 지옥이 게 이려니... 그 또한 영원토록, 출구없는...고리 환(環)

 

감히 눈샘한다, 보기만해도 아까운 푸르고 붉은 말리꽃 한 송이 야위게하는

깜양도 모르고 시기한다,곁눈으로도 눈이 부실 진짜 사내 기어이 무릎 꿇이려하는

삿되고 못된 것들에 새삼 분루가 일어

으득으득 야무지게 다문 입새로 ...해원(解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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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미래 시간순행적인 글들은 갈수록 흥미진진 긴장이 더해져 가는 걸 느끼는 맛이 있고,

현재-과거-미래 역차순으로 진행되는 글들은 시간차공격의 또 그만의 묘미가 있기 마련이라..

 

다행히도 <연록흔/재련판>안에 도타하는 '이설'이 존재해 있어 1권의 그 변고가 설이를 향한 건 아니구나 안도함을 느끼기도 잠시,

그럼에도 4권의 마지막 장을 보고 덮은 후에 다시 떠올려지는 1권의 초입은 어찌 이다지도 오슬오슬 소름이 돋게 만들던지요.

   

사건이 터진 처음은, 멋모르고 읽기 시작할때엔 에구, 어쩌나...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과거에 그니들이 어찌어찌해서 그런 사건이 터졌나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 적에는 헉, 그랬던거야?! 어뜩해!! 하는 심장 쿵~하는 쪼여짐의 현상을 맛보게 되더라 이 말씀.

 

범이네 얘기를 발맘발맘 따라 진중히 하자 하려들면, 석달 열흘이 모자르리까만은.

 

진지한 농담 같은 실없는 진담(으잉!?) 한마디 하자면,

 3권을 건너뛰고 4권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다름아닌, 이설의 시녀 '소희' 그 잔망스런 아이 때문이었다는 걸 아실지 모르실지..

 

그 사이에 개과천선을 했다면 모를까,

 해서 드문드문 핏자욱 사이의 놓인 아씨의 꽃당혜를 저 주라 가슴에 품고 설웁게 울던 모습이 선뜩하게 느껴질 뿐이라서...

3초기억력 스타모양 네 이노옴~~하는 노여움을 쉽게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간단하게나마 몇 자 적어보자.. 단평으로 시작하려 하였으나.. 역시나 현실은 단평 품은 리뷰라.. 아핫핫..;;;

 

결론이야 뭐.....

범산의 천근같은 고백의 말을 빌리어,

내 온 눈(目)으로, 심(心)으로 애정하오... 소천, 소녕, 그대들...

참말 애정하고 애정하오이다... 탱보르느님.(인터넷용어 속 무슨 무슨 ..느님 버전)

 

이제 연록흔과의 조우 그리고 이설의 제 본연찾기 걸음에 무한한 기대와 응원을 보내며

그보다 먼저 탱볼이님의 건강기약을 우선으로 하여,

5권의 귀환을 차분히 기다리겠노라... 전하오며,

단평 같기도, 리뷰 같기도,한 스타모양의 각기도 감상글은 예서 이만 줄입니다.